결정의 기술을 찾아서 3

지금처럼 살다 보면 나만의 기술이 생기겠구나. 그리고 이렇게 살면 30년 후에도 재미있게 살 수 있겠구나!
Dec 31, 2023
결정의 기술을 찾아서 3
지난 12일, 사장님과 흑석역 카페에서 만났다. 1시간 반 정도 사장님을 인터뷰하며 사장님이 그동안 살면서 얻은 교훈과 조언을 들었다. 들려주신 이야기와 교훈을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1) 삶과 결정, 2) 사업과 장사의 차이, 3) 인간 관계

삶과 결정

(사장님 이야기 요약) 좋은 결정을 내리려면 통찰이 필요하다. 통찰을 얻으려면 인간의 욕망을 이해해야 한다. 통찰은 영어로 insight.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려면 나의 욕망부터 이해해야 한다. 내 안에 어떤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의 위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게 되면 나의 가치관과 원칙이 뚜렷해지고, 결정에 일관성이 생긴다. 결정을 주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내리지 못하고 유혹에 넘어가서 세상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삶은 불행해지기 쉽다.
(내 생각) 소설 싯다르타 생각이 났다. (블로그에 싯다르타 글 올려뒀으니 궁금하면 보시라 ㅎ) - 삶은 답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 우리 삶의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 부모도, 연인도, 스승도 그 누구도 답을 대신할 수 없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업과 장사의 차이

(사장님 이야기 요약) 사장님에게 사업에 대한 질문을 하자, 사장님은 “나는 사업가가 아니라 장사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사장님이 생각하는 사업과 장사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이렇게 답하셨다.
장사
사업
어떤 이익을 추구하는가?
내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다양한 이해관계자 (주주, 임직원, 투자자 등)와 운명 공동체가 되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결과물은 무엇인가?
돈. 경제적 이익
인간 사회에 새롭고 유익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
무엇을 남기는가?
사람
(내 생각) 사업과 장사를 이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신선했다. 가만히 보니 영어 단어 ‘businessman’ (장사꾼)과 ‘entrepreneur’ (기업가)의 차이 같았다. 그 둘을 딱 잘라 구분하기는 어렵다. 장사 vs 사업이 아니라 연속적인 스펙트럼이다. 장사의 끝에는 우리 동네 카레 맛집 사장님이 있을 것이고, 사업의 끝에는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전하는 일일론 머스크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장사와 사업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해있다. 지금껏 내가 본 사장님들 중에는 본인의 일은 장사에 가까운 일인데 사업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신기하게 그 반대, 사업에 가까운 일인데 장사로 착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장사보다 사업이 더 쿨하고 멋져 보여서 그렇겠지? 그래서 ‘나는 장사꾼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장님이 흥미로웠다.

인간 관계

(사장님 이야기 요약) 사람 만나는 시간의 95%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 배울 점이 있는 사람과 보내야 한다. 새로운 기회와 삶의 지혜는 그들에게 있다. 나보다 못난 사람과 시간 보내면서 히히덕거리고 잘난척하는 재미에 빠지지 마라.
(내 생각) 공감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기회비용이 커지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 생각에 그건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은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생각과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나, 자기가 겪은 이야기로 기승전결 썰 푸는 사람에게는 항상 뭔가 배울 게 있다. 그게 바로 케이스 스터디, 간접 경험이니까. 그런데 만나서 다른 사람 (주로 유명인) 이야기를 하거나 남의 생각인데 그걸 자기 생각으로 믿고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배울 게 없다. 그 사람에게 배울 건 누구나 챗지피티나 구글에 물어보면 금방 배울 수 있다.
 
기술을 연마하려면 연습하고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 결정의 기술도 마찬가지다. 결정을 잘 내리게 만들어 주는 비법 같은 건 원래 없기에,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가진 결정의 기술이 단번에 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장님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지금처럼 살면 나만의 기술이 생기겠구나.’ 그리고 ‘이렇게 살면 30년 후에도 재미있게 살 수 있겠구나.’는 확신이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이다. 올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면서 살았기에 후회는 없다. 1년 뒤 2024년 마지막 날도 후회 없이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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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둔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