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100% 솔직할 수 없는가

“나는 오늘 몇 % 솔직할 예정인가요?” - 나를 속박하는 건 나다. 내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하자.
Aug 12, 2024
왜 나는 100% 솔직할 수 없는가
“나는 오늘 몇 % 솔직할 예정인가요?”
얼마 전에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서 회고하는 시간이 있었다. 회고 시작 전, 진행자가 모든 참석자에게 회고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이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받고 ‘와 이거 회고 시작용으로 진짜 괜찮은 질문이네’ 생각했다.
회고 잘 마무리하고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 ‘우리가 100% 솔직한 게 가능할까? 남에게 솔직하기 전에 일단 스스로에게 100% 솔직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100% 솔직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뇌에서 합리화, 자기검열을 숨쉬듯이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속이고 있는 순간에도 스스로 속고 있다는 걸 깨닫기 어렵다. 떨어지는 주식창을 보며 이번에 사면 오를 거야 생각하고 매수 버튼을 누르지만, 매수 체결이 되고 나서야 진실의 순간을 마주하듯, 보통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스스로 속였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내 생각에 결국 이건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얼마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질수 있는지는 1) ‘내가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얼마나 솔직한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2) 그리고 마음의 소리에 얼마나 충실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 이 두 가지에 달려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내가 원하는 것’과 ‘욕망하는 것’은 다르다. ‘원하는 것’의 대부분은 충동이다. 충동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욕망은 시간이 지나도 남아있다. 만약 오늘 쿠팡, 알리, 테무, 무신사, 에이블리, 오늘의집에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뒀다면, 바로 결제하지 말고 2주 후에 다시 들어와보자. 그러면 대부분의 물건은 내가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 충동이었으니까.
 
하지만 욕망은 인정하고 해소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해소하지 못한 욕망은 결국 돌아온다. 인간은 욕망으로 살고 욕망 때문에 움직인다는 걸 인정하고, 내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물론 욕망을 행동으로 해소하지 않고 욕망 자체를 없애기 위해 단념할 수도 있을 텐데, 이건 해탈의 경지라 잘 모르겠다 ㅎ
 
나 역시도 백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면서 내 욕망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욕망에 충실하려고 노력 중이다. 적어도 커리어 관점에서 가장 큰 욕망은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일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성장하는 것이다. 지난 회사에서 기대와 달리 이 욕망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기에 아직 욕망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외국인 또는 전혀 다른 배경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 찾아보고 있다. 이 욕망을 해소하고 나면 또 다른 욕망이 생기겠지.
나를 속박하는 건 나다. 내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하자. 합리화와 자기검열을 버리고 내 욕망, 충동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 좀 더 즐겁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물질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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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둔도사 🐻